주간 인물 클로즈업/장공순 유진수산 회장

은퇴 접고 다시 현장 복귀.."수족관 짓고 다시 하셉 시설도.. 다시 만든다
미국 유학 갔다 온 자식들 수산업 승계 외면하다 아버지 사업 잇겠다며 활동

홈쇼핑·대형마트 납품 시작...봄 부천서 백만인 초밥 먹기 운동도 전개할 터
‘법대로’ 살았는데 법 위반한 사람처럼 매도 어떤 일 있더라도 왜곡 바로 잡고 싶어

노량진시장 현대화 건물 제일 먼저 입주했는데 입주 반대한 사람들 부류에 포함
“이제 자식들과 사업 일구며 80평생 외길 걸어온 수산물 유통업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

 

  수산물   유통가의  전설로 통하는   장공순 유진수산 회장이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가의  전설로 통하는   장공순 유진수산 회장이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80 평생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게 수산물 유통업입니다. 지난해 사업을 접으려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습니다”

장공순(80) 유진수산 회장 얼굴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장 회장은 작년 겨울 초입까지만 해도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고 피부도 푸석푸석해 보였다. 아무렇게나 걸친 벽돌색 방한복이 빛바래 보였고 왠지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는 50여년간 해 온 수산업을 접으려 했다. 걸어온 길이 후회스러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해 계양구청(인천시)과 수협노량진수산시장 때문에 솔직히 사업을 접으려고 했다. 20년 가까이 아무 문제없이 사용해 왔던, 그것도 계양구청 자기들이 매년 점검해 온 시설물을 하루 아침에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하라고 하니 기가 찼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농수산홈쇼핑 등에서 주문이 쇄도하던 때다. 장 회장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고 회고했다. 오죽하면 “이게 나라냐”면서 사무실, 공장 등에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사무실 철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성기 때인 70~80년대에는 연간 100억 이상 수산물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매했다. 당시 100억원은 장난이 아니었다. 삼청각, 오지남 등 내노라하는 요정과 신라호텔, 삼성, 이마트, 롯데마트, 심지어 그가 처음 개척한 청와대 납품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가 노량진수산시장의 오늘을 만든 주역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는 이유다. 그런데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그를 나쁜 상인(?)처럼 매도했다. 그가 그동안 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그가 현대화시장 입주에 반대하는 불순분자처럼 치부했다. 시장 입주 반대 부류에 포함하고 사무실을 정당한 절차 없이 폐쇄했다고도 했다. 당시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몇 십년간을 거의 매일 새벽 노량진수산시장에 나가며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시장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간 100억원 이상을 구매했으니까 노량진수산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사무실 폐쇄와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차가운 시선뿐이었습니다”

 그는 “입주를 반대한 상인들 부류에 포함시킨 것만 해도 엄청 불쾌한 일인데 정당한 절차 없이 사무실을 철거해 재산상 손해까지 입게 했다”며 “법을 지켰고 이제 법대로 하겠다”며 사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리고 앞으로 재판까지 할 심산이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말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회사 일을 남일 보듯 하던 자식들이 아버지 일을 돕겠다며 나선 것이다. 평생 피땀 흘려 만든 기업이 후계자가 없어 공중분해 당할 위기가 사라진 것이다. 장 회장은 “이것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다시 일할 새로운 동력을 찾았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장 회장은 앞으로 서운동 유진마트같은  대형마트를  서울 근교 에  3군데를  더  만들겠다고  했다. 
장 회장은 앞으로 서운동 유진마트같은  대형마트를  서울 근교 에  3군데를  더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장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4개다. 50년 전 장 회장이 사업을 시작할 때 처음 만든 회사가 모기업 유진수산이다. 지금도 대형마트나 호텔, 홈쇼핑 등에 주로 납품을 한다. 올해 들어서도 홈쇼핑, 대형마트 등에 연어가공제품 10만개 납품을 시작으로 줄줄이 납품이 예약돼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85억정도. 이 회사는 잘 나갈 때는 한 해 매출액이 200억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자회사인 선도씨푸드는 유진수산과 같은 해 출범한 회사다. 연간 매출액이 50억원으로 유진수산 주력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그리고 10년 전에 만든 유진F&S 회사는 수산물 전문 마트회사로 연간 매출액이 70억원에 이른다. 잠실 석촌호수 옆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일식당 호림도 장 회장 소유다. 그가 이곳에 소유하고 있는 땅값만 해도 몇백억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곳의 연간 매출액도 40억원을 넘는다.  

 한때 잘 나갈 때는 이 회사들이 연간 400~5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회사를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 그냥 없앤다는 것은 장 회장으로선 참기 어려운 일이 었을 것이다. 장 회장이 50여년 동안 피땀 흘려 일군 회사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인데 그냥 없애는 것은 장 회장이 살아온 흔적을 없애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들의 사업 참여가 그의 새로운 에너지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진수산 한 관계자는 “첫째와 셋째가 유진수산 등 생산회사에 참여하고 둘째가 호림식당을 운영하는 후계 구도가 짜여진 것 같다”며 “어느 날부터 장 회장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해졌다”고 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운동 유진마트(씨탑)에 활어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수족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옛날에 반납한 하셉시설 인증을 다시 청구할 계획이다. 자식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구상이다. 

 장 회장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다시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다”며 “우리(유진수산)가 가진 노하우가 없다면 다른 회사가  이곳에  납품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 회장이 작년 말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운동 유진마트 공장 안에  지은 수족관.
장 회장이 작년 말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운동 유진마트 공장 안에  지은 수족관.

 장 회장은 또 서운동 씨탑 같은 마트를 올해 중 3개 정도 더 만들 계획이다. 1천평 부지에 매장 면적 300~400평 규모의 마트를 서울 근교에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마트에서 팔면 더 수익도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회장은 “이 마트를 아들 3명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고 했다. 아들들의 귀환이 노 유통인의 사업욕을 일깨운 모양이다. 

“평생 땀 흘려 일군 기업인데 자신이 은퇴하고 나면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자식들이 대를 이어 줬으면 했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한동안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제 자식들이 사업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줄 계획입니다”

 그는 또 그가 한국수산물유통가공협회장 때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했던 ‘100만인 초밥 먹기 운동’을 다시 할 생각이다. 2~3월 중 서운동 유진마트 앞 광장에서 수산인들과 지역민들을 초청해 성대하게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수산물 유통인의 한사람으로써 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불과 6개월 전 불공정한 현실 때문에 수산 사업을 접겠다고 한지 6개월만에 일어난 반전이다.  

 장 회장의 수산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상 어류양식어민들과 친교가 많은 장회장은 어류 양식어민들이 축산업자나 어선어업자에 비해 세제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국회 기획재정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에게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산을 도운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장 회장과 유 의원과는 유 의원 부친이 수산업을 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이 사업을 접지 않고 다시 시장에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뒤에도 그의 사무실 책상 뒤쪽에는 “유진수산은 법대로 한다”는 플랙카드가 걸려 있다. 결코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양심의 소리를, 항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모양이다. 

 한 수산계 인사는 “유달리 눈이 큰 장 회장 눈에는 우리나라 수산물 유통이 한눈에 보일 것”이라며 “수산계가  수산물 유통의 대가를  제대로  대접하는  그런 풍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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