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통신 생태계 혁신이라던 해양 라우터 어선 1,000척 거치했지만 ‘무용지물’
연안 100km 이상 잘 터진다고 해 놓고 30-40Km 벗어나도 인터넷 통신 안 돼

인터넷 불통에 어민들 불만 고조…시행사는 해약 요구해도 해지 안 해줘
공급업체 "약정기간 불충족... 해지하면 위약금 물어야" 어업인 주장 반박

 최근 어선 침몰 사고 등 해양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어선들의 안전한 조업 환경 구축과 효율적인 어자원 관리를 위해 e-내비게이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폐쇄망에 KT 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해양라우터(다른 기기를 연결해 주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해양 안전사고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내비게이션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지난 2021년부터 국가재난 해상망(LTE-M 폐쇄망)을 활용해 연근해 어선에 통신망을 구축해 선박 충돌, 조난 등 안전사고를 막고 위급 시 조난신호를 보내거나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도록 송 수신 장비를 각 어선에 설치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다.

 이 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시범사업을 하던 2019년 34억 9,000만원, 그 다음 해 36억 9.000만원, 본 사업이 시작한 2021년 30억 8,800만원,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2억 2,500만원 등 총 127억 8,000만원. 지금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e-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어선도 무려 7,539척에 이른다. KT가 만든 국가망을 활용해 연근해 어선에 통신망을 구축해 선박 충돌 등 안전사고를 막고 위급 시 조난신호를 보내거나 위치 추적을 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서 KT의 인터넷 통신망(상업망)을 활용한 해양 라우터 보급사업도 활발히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KT 대리점으로 경남 거제·통영 등에서 해양 라우터 보급사업을 하고 있는 T모 회사는 2년간 연근해 어선 1,000여 척에 라우터와 안테나를 설치하는 등 선풍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 당시 연안 100km 이내는 9만원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으로 통화는 물론 인터넷도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도 홍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연안에서 30-40Km 벗어나도 인터넷 끊김 현상은 물론이고 기기 파손과 장비 부식에 의한 A/S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원성과 함께  해약을 요구하는 어선들이 늘고 있다.

 이 회사에서 해양 라우터를 설치한 통영 근해통발 어선 선장 A씨는 “주 조업지역이 중국 EEZ 등 연안 100km 이상 먼 지역인데 인터넷이 잘 터진다는 말만 믿고 단말기와 설치비 150만원에 매달 통신료 1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이 기기를 설치했다”며 “그런데 막상 조업을 나가면 인터넷이 안 돼 해지를 요청하면 업그레이드 제품 사용을 권유해 또 부착해서 나가보면 마찬가지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해약을 요구하면 위약금 운운하며 해지를 막고 있다”고 했다.

 유지망 어선 선장 B씨도 “해수부를 믿고 해양 라우터 보급사업에 동참했는데 터지지도 않는 제품에 왜 보조금을 지원했는지 의문”이라며 “보급하기 이전에 성능 검사를 해서 확인을 마친 인증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어업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검증을 마친 제품을 공급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라우터를  판매한  이 회사 관계자는 ”일반 휴대폰 가입과 마찬가지로 단말기 할인 지원의 대가로 약정기간이 있다“며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  해지  위약금 발생은 이미 계약서에 명시돼 안내된 사항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 해양 라우터를 설치한 C씨는 “해수부 지원과 자부담으로 해양 라우터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설치했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제품의 하자 즉 통신이 터지지 않아 해지하는데 위약금을 받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했다.

 C씨는 “지난 2022년 12월 14일 단말기 설치 후 바다에서 실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는데 해양 라우터 지원 위약금으로 90만원, 통신료 위약금으로 30만원 등 120만원이 부과됐다”며 “이게 정당한 것이냐”고 했다.

 한 통발어선 선주는 “해양 라우터는 바다에서 인터넷이나 통신 등을 할 수 있어 해양통신 생태계의 혁신으로 어업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인증서가 없는 장비 공급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해 정부의 해양라우터 지원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KT의 통신망에는 국가망(LTE-M)과 상용망이 있는데 e-내비게이션과 연결된 국가망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며 “상용망을 공급하면서 발생한 일로 정부의 e-내비게이션 사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강래선 경남본부장>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각각의 네트워크는 통신 방법이나 신호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네트워크들이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이것을 정리하고 길을 안내해줄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라우터다. 집에서 케이블 TV를 시청하기 위해 설치하는 공유기는 크게 보면 라우터에 포함된다. 공유기를 이용하면 집에서 사용하는 네트워크와 네이버, 다음 등에 접속하는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것처럼 라우터를 설치하면 해상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전화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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