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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大浦港)이 대변(大變)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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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권
등록일
2011-09-06 10:36:32
조회수
1417
“자율어업관리공동체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율"“상금 1억 원 마을 브랜드인 돌미역과 건새우 판매할 건물 지을 예정 문제는 땅… 동해어업관리단에서 사용허가를 내줘야 이용 가능한데“

거제 최남단에 위치한 대포항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포근한 어촌이다. 마을에 들어서자 산림에서 풍기는 수풀향과 바닷가 갯내음이 합쳐져 기분이 절로 상쾌해졌다.

2006년도에 자율관리어업공동체 가입 후 채 5년도 안 돼 자율관리어업 우수상을 받게 된 원동력이 무척 궁금했다. “별 다른 거 없심니다. 자율과 협동이 그 힘이지예.” 대포자율관리어업공동체 오정식(52) 위원장은 구수한 사투리로 수상소감을 말했다.

그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염두에 둔 목표는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였다. 주민 80여 명이 사는 가난한 어촌인지라 개선사업을 추진할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오위원장은 ‘우리 스스로 어장을 살리자’를 행동 기치로 내세웠다. 한 가구당 한 명씩 공동체에 참석하기를 독려했다. 회원이 모이자 우선 어장청소부터 시작했다. 작업환경이 깨끗해져야 일할 맛도 난다는 지론이었다. 특히 해양쓰레기 청소에 각별히 매달렸다.

종전에는 그물에 걸려온 쓰레기를 다시 바다에 내던졌다. 그러면 그 쓰레기가 또 다른 이의 그물에 걸려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오위원장은 자비로 포대를 구입해 나눠주며 폐어구를 담아오도록 권했다. 처음에는 한 귀로 흘려듣던 회원들이 태반이었지만 바다가 점점 깨끗해지는 걸 몸소 느끼자 의식도 더불어 달라졌다. 이제는 누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배에 늘 포대를 준비해 출항한다. 또한 조업 중 인양한 쓰레기는 거제시에서 포대 한 대당 만 원씩 쳐주고 수거하니 공동체 30명 회원들은 하나같이 일거양득의 재미를 맛보고 있다.

일할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자 공동체 회원들은 선박에 감시단이라는 노란 팻말을 붙였다. 서로서로가 불법어업을 감시했다. 규정 크기에 못 미치는 물고기는 놓아주고, 해삼 일일 생산량도 해녀마다 30kg 이하로 제한했다. 황점볼락 치어와 대구수정란도 꾸준히 방류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어업자원관리가 충실히 이뤄지자 소득도 덩달아 높아졌다. 공동체 참여 전(2006년) 5억4천만 원이던 마을 순소득이 2010년에는 9억3천만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대포자율관리어업공동체는 어장뿐만 아니라 관광환경 가꾸기도 꾸준히 병행해 왔다. 공동체 결성 이후 얻은 소득 일부분과 육성지원금을 합쳐 ‘대포해상펜션’세 동을 바다에 띄웠다. 참돔이 유달리 많이 잡히는 곳이라 돔자리라 불리는 곳이다.
오위원장은 펜션 주위로 던져놓은 통발에 불가사리, 볼락, 문어 등이 종종 걸려드니 이를 당겨 올리는 아이들도 정말 신나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높아진 소득을 바탕으로 재테크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임을 몇 번이고 자랑했다.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도 많았다. 사업추진 1년차에 전복 종패를 천만 원치나 뿌렸으나 거의 다 죽고 없어졌다. 갯바위에 녹조현상이 심해 전복 먹잇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라도 바다숲을 조성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때 오위원장은 옛날부터 내려오던 갯닦기를 떠올렸다. 이때 주민 화합이 큰 몫을 자아냈다. 공동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손수 ‘써레’를 들고 나와 갯바위를 청소했다. 그러자 돌미역이 무성하게 자라나면서 전복이 살아갈 환경이 조성되었다. 사업 2년차에 공동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억8천만 원 가까이 증가한 것도 전복 수확이 급격히 늘어서였다. “이젠 바윗돌까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전복 먹잇감은 물론 우리 공동체의 자랑인 돌미역까지 키워내니 일석이조의 효과이지요.” 함박웃음을 짓던 오위원장은 방파제와 이어진 대변산(大變山)을 한 손으로 가리켰다. 언젠가 마을이 크게 변할 거라는 전설을 누차 듣고 자랐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해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상금으로 받게 될 1억 원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항구 앞에 마을 브랜드인 돌미역과 건새우를 판매할 이층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일층은 지역 특산물을 소포장해 판매할 매장으로, 위층은 너울이 심할 때 해상펜션 이용자들이 쉴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자연스레 그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일시적인 소득증대보다 자녀들이 대를 이어 살아갈 환경을 하나하나 마련하고 싶은 뜻이 더 크다는 말도 붙였다.

끝으로 전국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회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오위원장은 서슴없이 자율을 강조했다. "자율관리어업은 말 그대로 자율이 우선"이라며, "상금(인센티브)부터 바라지 말고 주민 스스로 자기 바다를 제 집처럼 관리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작성일:2011-09-06 10:36:32 114.205.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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